동화; 거지
- 2015년 11월 23일
- 4분 분량

-1-
옛날, 한 부자가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영지를 순회하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각자의 집에서 나와 그를 맞아 들였다. 부자는 사람 하나 하나를 만나가며 얘기를 나누었다; 사는데 부족함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는 예전부터 자신의 마을들을 항시 살피고 조사하곤 하였다. 그러다 한 마을에 다다랐을 때였다. 그는 건물들 사이로 어두운 골목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한 거지를 발견하였다. 그 거지를 바라보며 부자는 측은한 마음이 들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말씀 드리기 외람 되오나, 저는 이름이 없습니다. 제가 아기였을 때, 제 부모님께서 저를 버리셨다 들었습니다. 그 뒤, 거리를 전전하며 구걸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부자는 그를 이대로 못 본체 할 수 없었다. 그의 몸과 발은 언제 씻었는지 모를 정도로 시꺼맸고, 손에는 상처가 벌어져 피딱지가 앉아 있었다. 결심을 굳힌 듯이, 부자는 일어나 자신의 종들에게 명하였다.
“먼저 이 청년과 같이 나의 집으로 돌아가서, 내가 돌아오기까지 이 청년을 잘 씻기고 상처를 돌보도록 하라. 그리고 나와 같이 먹을 음식들도 같이 준비 하여라. 오늘을 이 청년과 나의 뜻 깊은 날로 만들겠다.”
주인의 말에 그의 종들은 거지를 부자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거지는 영문을 모를 판이었다.
-2-
부자가 그의 집으로 돌아 왔을 때에는 거지는 아무도 몰라볼 정도로 변해 있었다. 말끔한 얼굴과 고급 천으로 만든 옷, 신발과 반지를 낀 모습은 영락없는 부잣집 도련님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부자는 매우 즐거워 하였다. 그는 어쩔 줄 모르는 청년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네가 갈 곳이 없다 하니 앞으로 내 집을 네 집으로 삼거라. 내 종들이 너의 시중을 들 것이며, 너는 내가 살아가는 것처럼 살아갈 것이다.”
청년은 어안이 벙벙하였지만 자신에게 놀라운 일이 있어났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 자리에서 청년은 무릎을 꿇고 부자에게 말하였다.
“감사합니다, 처음 보신 분께 이리 폐를 끼쳤으니 말씀하신 대로 살아가겠습니다.”
-3-
어느덧 식사 준비가 되어 부자와 청년은 커다란 식탁을 두고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청년도 새로운 삶에 어느정도 적응이 됐는지, 자연스레 부자의 맞은편에 앉아 음식들을 살펴 보았다. 모든 것들이 자신이 본 적도 없던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청년의 눈은 음식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음식이 식기 전에 원하는만큼 먹거라. 음식이 차고 넘치니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굶주리고 메말랐던 청년은 맛있게 음식을 탐닉하기 시작 하였다. 음식은 마치 꿀과 같아서 질리지도 않을 뿐더러, 먹으면 먹을수록 그 맛의 깊이가 더해만 갔다. 이렇게 부자와 청년이 한창 잔치상에서 음식을 즐기고 있던 때였다. 어디선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부자의 곁에서 시중을 드는 종이 몰골이 허름한 노인 한 분을 모시고 왔다. 청년은 노인에게서 나는 악취를 견딜 수 없어 순간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부자가 노인에게 말하였다.
“노인장께선 어디서 오셨습니까?”
“소인은 이 도시 외곽의 커다란 사막을 넘어 있는, 이름 없는 시골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도적 한 무리가 쳐들어와 아내와 자식들을 다 쳐죽이고, 내 재산을 모두 빼앗아 갔습니다.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어 하루 한 끼 식사도 해결하기 힘겨워하던 와중에, 나리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대인께서 다스리시는 도시는 가난하고 굶주린 자들을 돕는다는 얘기를 듣고, 동냥이나 할까 하여 여기까지 나아왔나이다.”
청년은 이 노인의 꼬라지를 더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노인에게서는 어떠한 아름다운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먹고 있는 이 먹음직한 음식들을 저런 추한 인간과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순간, 짜증이 솟아, 청년은 일어나 노인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이곳이 감히 어디라고 들어 오느냐! 이곳은 이 마을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 있는 곳으로, 너 같이 더러운 자가 올 자격이 없는 곳이다. 만약 한끼를 빌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 어찌 이리 당당하게 정면으로 나올 수 있었느냐? 차라리 뒷문에서 경비병에게 먹을 것을 구걸 하였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 어서 네가 걸어왔던 곳을 기어 나가거라, 이 노친네야! 당신을 보고 있자니, 지금 나를 위해 차려진 이 음식도 거북해지고 있으니까.”
청년은 노인을 계속 몰아부칠 수 없었다. 갑자기 건너편에 있던 부자가 벌떡 일어나 종에게 눈짓을 하였고, 그 둘은 같이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부자는 경비병을 불러 청년이 움직이지 못하게 양 팔을 붙들라 말하였다. 너무나 갑작스레 일이 벌어진 터라, 청년은 저항도 못하고 꼼짝할 수밖에 없었다. 청년을 똑바로 응시한 채, 부자가 말하였다.
“나는 이름도 없고, 생판 남이였던 너를 아들처럼, 동생처럼 거두어 이곳으로 데려왔다. 너에게 값 비싼 천으로 만든 옷을 입혔고, 내 인장이 담긴 반지도 껴 주었다. 지금 네가 신고 있는 신발은 이 마을에서 가장 휼륭한 구두장이가 만든 것이다. 이 모든 게 다 너한테 주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너는 내가 말한 말을 네 멋대로 왜곡해 받아 들이고, 네가 이곳의 진짜 주인이라도 된 듯양 행세를 하였다. 네 앞에 있는 음식들을 보아라. 너의 더러운 입에서 나는 악취가 이것들을 썩게 하는구나!”
고개를 아래로 향한 청년은 짧게 숨을 삼켰다. 잔칫상에 있던 음식들은 더이상 먹음직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썩어 구더기가 가득하였다. 구더기들은 점점 늘어나, 청년의 발치에서 꾸물거리고 있었다. 단호한 표정으로, 부자가 청년을 붙잡고 있던 경비병에게 명하였다.
“너는 당장 내가 이 자에게 주었던 것들을 도로 빼앗아 방금 찾아 온 노인에게 주어라. 그 후에, 이 자를 내 성읍에서 쫓아내어 다시는 햇빛을 보지 못하는 곳으로 보내거라. 그가 그 곳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부자의 종들은 항상 성실하였다. 경비병은 부자의 명령을 토 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다 행하였다. 우선, 그는 청년의 손가락에 있던 반지를 빼고, 옷과 신발을 벗겼다. 그리고, 청년을 움직이지 못하게 포박을 한 후에, 그 둘은 같이 집 밖으로 나왔다. 경비병은 예전 거지가 살던 골목을 지나, 서쪽 끝 문 밖에 이르러 거지를 내동댕이친 후에야, 다시 그의 주인의 집으로 돌아갔다. 사태파악을 한 거지는 뒤늦게 후회하였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맨 발에선 피가 흘렀고, 걸친 옷은 거칠고 몸을 햘퀴어 따가웠다. 그는 성읍의 모든 문들을 두들기며 부르짖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절망감에 휩싸인 거지는 고개를 숙이고, 성읍과 반대편으로 나 있는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지가 향하는 길목은 해가 지는 곳이었다.

“나더러 ‘주님, 주님’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에게 말하기를 ‘주님, 주님, 우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또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행하지 않았습니까?’ 할 것이다.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분명히 말할 것이다.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물러가라!”
<마태복음 7: 21-23>
- Nov, 23rd, 2015 최종 수정
- 이미지 링크: http://images.christianpost.com/full/81298/your-resume-wont-get-you-i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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