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동화; 그림자(4)

  • 2021년 6월 9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1년 7월 9일



4) 왕 같은 제사장들아


‘말 없는 이’가 사람들에게 돌아왔다. 그의 백성들은 왕을 맞이하였지만, 그는 인사할 겨를도 없이 몸져 누어, 그의 침상에서 하루 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전에 없던 두려움과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왕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평화의 상징인 이 왕국에 살던 자신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이란 말인가? 살렘의 주민들이 이런 저런 생각으로 전전긍긍 하고 있는 동안, 셈은 마음이 찢길 것만 같은 슬픔 가운데 거하여 있었다. 셈은 ‘말 없는 이’의 모습을 보며, 그를 떠나보낼 때가 가까이 왔음을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말 없는 이’에게 맡기신 사명이 이루어짐을 목격한 그였다. 매일 소년의 처소에 찾아가 그의 안색을 살필수록, 이 살렘의 왕이 자기들의 곁을 떠날거란 확신이 들었다. 더이상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직감한 셈은 ‘말 없는 이’에게 물었다.


“혹시 내게 더 부탁할 것이 있겠는가?”


셈의 말에 정신을 차린 ‘말 없는 이’가 간신히 고개를 들어 그에게 말하였다.


“마지막으로, 주님과 주님의 백성들에게 고별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셈이 말을 전하여, 예루살렘의 모든 방백들과 백성들이 전부 공터에 모여, ‘멜기세덱’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시종의 부축을 받으며 ‘말 없는 이’가 그의 처소에서 나와, 그를 드러내었다. 사람들 앞에 선 ‘말 없는 이’는 마지막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그들에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를 제외하곤, 바람 소리만이 사람들의 귀를 때리고 있었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부탁이고, 이 땅에서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라 생각하거라. 나는 너희를 주님의 이름 안에, 그 분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으로 섬겨왔다. 나는 내 주님께 충성하고 내 사람들을 온유히 다스려,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이 아닌, 이 나의 뒤에서 우리를 통치하시는 하나님을 보게 하였다. 나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완전한 자가 아니다. 너희들이 나를 통해 보고 바라던 모습은 전부 다 우리가 잠시 엿본 주님의 일면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너희는 변치 않으시고, 쉬지 않으시며, 열심이신 주님만을 바라라. 하늘과 땅을 쉬이 떠받치시는 그 분의 전능하심을 잊지 말거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해와 달과 별들의 영광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만유의 주님이신 우리 하나님께서 영원부터 영원까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하거라.


“너희가 지금까지 나의 도움을 받고 살아왔다 생각했겠지만, 나는 너희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더욱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땅에서 나의 혈육은 없었으나, 우리의 하나님께서 친히 나의 아버지가 되어 날 이끌어 주셨고, 너희는 나의 형제요, 내 배로 낳은 자녀들이 되었다. 너희는 내가 그랬듯이, 이곳에서 경험하고 알게 된 하나님의 사랑과 그 분의 진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거라. 주님을 섬기는 사람은 그 분을 알려야 함이 마땅하다. 또한, 너희는 어린 아이와 젖먹이들을 지켜보면서, 주님의 지혜를 구하거라. 그들을 부끄러워 말고 나아가거라. 그 곳에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신비를 발견하고 기뻐하여라. 우리는 보물을 찾기 위해 이 땅에 살아가는 걸인이다. 그것이 내가 너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당부이니, 너희들이 반드시 지켜주길 바란다.


“내가 더 많은 비밀들로 너희를 위로하고 싶다만, 그럴 수 없음을 용서하거라. 어차피, 사람은 그 인생만큼 살기에, 하나님께서 더 큰 지혜를 주신다 한들, 그것을 이해하고 소화하지 못할 것이다. 그저, 우리는 하나님을 믿고, 그 끝에 우릴 기다리시는 주님과 함께, 그 분께서 이루신 일들을 보고 기뻐해야 한다. 우리의 짧은 인생으로는 하나님을 온전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할 말이 더 남지 않았구나. 너희들은 이 세상과 우상들을 두려워 말고, 참으로 두려워 해야 할 분을 기억하거라. 너희는 이 세상에서 흔하고 보잘 것 없는 모래같은 존재이다.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의 발로 너희를 밟아 짓누를 것이다. 나도 이제 너희 곁을 떠나 함께 있지 않을 것이나, 나와 함께 하셨던 하나님께서 또한 너희들과 함께 하실 것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어떤 일이 있더라도 두려워 말거라. 나를 통하여 너희를 돌봐주신 만유의 주님께서 함께 하신다. 두려워 말거라, 주님의 백성들아!”


땅을 울리는 외침과 땅을 적시는 눈물로 말을 마친 ‘멜기세댁’은 그가 여태껏 돌봐왔던 백성들을 하나씩 포옹하고, 입을 맞추었다. 남녀요소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그의 품에서 그와 같이 목 놓아 울며, 인사를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시종과 작별 인사를 나눈 ‘말 없는 이’는 자신의 처소의 문을 젖히고, 홀로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마지막 모습을, 사람들은 숨 죽이며 지켜 보았다. 시종은 그의 모습을 한번 더 볼까 하는 마음에, 그의 처소로 들어가 안을 살펴 보았지만, 왕의 머리털 한 올, 실오라기 하나 남지 않은 텅 빈 방만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말 없는 이’의 체취도, 어떠한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의 인생에 더이상 ‘말 없는 이’는 남지 않았고, 오직 하나님만이 계실 뿐이었다.



그러나 여러분은 택하심을 받은 족속이요, 왕과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민족이요, 하나님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어둠에서 불러내어 자기의 놀라운 빛 가운데로 인도하신 분의 업적을,

여러분이 선포하는 것입니다.

(베드로 전서 2:9)



남은 사람들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왕의 은혜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들은 세상 사람들보다 빈궁하고 비참하였으나, 그들이 알게 된 믿음을 품고 걸어가는,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들로서 살아갔다. 그들은 빵을 뜯고 잔을 마시며, 그들의 여생을 만유의 주님이신 하나님께 바치며 보내었다. 해가 높이 뜰 수록 그림자가 사라지듯이, 주님의 은혜가 더욱 드러날수록 그들도 하나 둘 주님께로 돌아갔다. 더러는 사람들의 눈에 띄고 거슬려 죽임을 당하기도 하였고, 더러는 조롱과 멸시를 받고 지냈다. 더러는 사람들과 화평하며, 그들의 본이 되기도 하였다. 더러는 조용히,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의 믿음을 지켜 나갔다. 모든 것이 그들에게 주신 주님의 은혜요, 그들을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이었다. 예루살렘의 통치자요, 예배자인 셈은 의의 주인, 의의 왕이란 이름을 후대에도 계속 이어나가, 그의 뒤에 앉을 지도자들과 백성들이 유일하신 하나님을 기억할 것을 명하며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이름은 사람들에 의해 변질되어 더렵혀지고 말았다. 훗날, 말씀으로 실존했던 평화의 왕국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마음을 잃어갔고,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보좌에는 사람들의 입김이 자리잡게 되었다.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그 분의 것으로만 채움 받던 평화의 왕국은 주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 나라들을 의지하고, 그들과 화평하기 시작했다. 왕국에 사는 사람들이 일궈 나가야 할 믿음의 삶은 이방 나라들의 생활과 뒤섞여, 그 영광의 빛을 잃어만 갔다. 하나님의 왕국이라 자처하였지만, 이미 퇴색되어 버린 이 나라는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사람들을 다스리는 나라, 하나님 없이 천년 만년 살아가려는 세상 임금들의 왕국으로 전락해 버리고 만 것이었다. 하지만, 긴 세월이 흘러, 그들의 죄가 하나님의 저울에 찼을 즈음에, 주님께선 그 분의 백성들을 통하여 당신의 땅을 다시 되찾으신다. 먼 훗날, 아브라함의 자손들이 이 땅을 다시 밟았던 때에, 하나님께선 당신의 심판을 그 분의 종 여호수아를 통하여 이뤄 내셨다. 거짓으로 점철된 무리들과 그들의 땅은 하나님의 손에 박살나게 되고, 그 곳에 의의 주인, 변질되버린 아도니세덱의 이름은 먼지처럼 사라지게 되었다. 의의 이름은 여호수아(예수)로 대체되어, 이후로 그 땅은 영원히 예루살렘으로 불리우게 된다.



예루살렘 왕 아도니세덱은, 여호수아가 아이 성을 점령하면서, 여리고 성과 그 왕에게 한 것과 꼭 같이 아이 성과 그 왕을 전멸시켜서 희생제물로 바쳤다는 소식과, 또 기브온 주민이 이스라엘과 화친하고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놀랐다. (중략) 그리하여 아모리 족속의 다섯 왕 곧 예루살렘 왕과 헤브론 왕과 야르뭇 왕과 라기스 왕과 에글론 왕이 연합하여, 그들의 모든 군대를 거느리고 올라와서, 기브온을 공격하려고 진을 쳤다. (중략) 주님께서 이스라엘 군대 앞에서 그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시니, 여호수아는 기브온에서 그들을 크게 무찔러 승리하였다. 그는 벳호론의 오르막길을 따라서 아세가와 막게다까지 추격하여 그들을 무찔렀다. (중략) 그런 다음에 여호수아는 그들을 쳐죽여서 나무 다섯 그루에 매달아서, 저녁때까지 나무 위에 그대로 달아 두었다. (중략) 주 이스라엘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편이 되어 싸우셨기 때문에, 여호수아는 단번에 이 모든 왕과 그 땅을 손에 넣었다. 여호수아는 자기를 따르는 모든 이스라엘 사람과 더불어 길갈에 있는 진으로 돌아왔다.

(수 10:1-43)




이 세상에 살면서, ‘말 없는 이’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이렇다, 저렇다 여러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진정 그가 어떤 존재였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주님의 정의를 나타낸 공의와 평화의 왕, ‘말 없는 이’를 이끄시던 하나님께서 선사하신 이름, ‘멜기세덱’만이 그들의 입가에 오르내렸다. 그가 본래 누구였는지, 무슨 연고로 이런 삶을 살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하나님만이 온전히 아시는 이 사람, 아브라함보다 높고 이스라엘 레위 지파의 반차 위에 먼저 있어, 하나님의 제사장으로 평화와 공의의 왕으로 살아간 사람. ‘말 없는 이’는 그 날 이후로, 더이상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의 집에도, 왕국에도, 다른 나라에서도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 없는 이’는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로 이 세상에 방문하듯이 나타났다가, 없었던 사람처럼 다시 사라지고 말았다. 그의 백성들은 세월이 흐르며 그들의 왕과 같이, 존귀하신 분의 곁으로 떠나갔다. 그의 실체는 세상이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그나마 남겨져 있던 기록마저 소실되어, 그의 존재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다. 그의 속에 예비된 참 모습 ‘멜기세덱’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아버지의 독생자, 진정한 ‘공의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셨을 때에야, 비로소 드러나게 된다.


이 멜기세덱은 살렘 왕이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었습니다.

그는 아브라함이 여러 왕을 무찌르고 돌아올 때에, 그를 만나서 축복해 주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모든 것의 십분의 일을 그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첫째로, 멜기세덱이란 이름은 정의의 왕이라는 뜻이요, 다음으로, 그는 또한 살렘 왕인데,

그것은 평화의 왕이라는 뜻입니다.

그에게는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족보도 없고, 생애의 시작도 없고, 생명의 끝도 없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과 같아서, 언제까지나 제사장으로 계신 분입니다.

(히브리서 7:1-3)


예수께서는 앞서서 달려가신 분으로서, 우리를 위하여 거기에 들어가셔서,

멜기세덱의 계통을 따라 영원히 대제사장이 되셨습니다.

(히브리서 6:20)


보아라, 그가 구름을 타고 오신다. 눈이 있는 사람은 다 그를 볼 것이요, 그를 찌른 사람들도 볼 것이다.

땅 위의 모든 족속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이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

(요한 계시록 1:7)


- Jun, 9th, 2021

- 이미지 링크: https://the310course.com/the-way-of-a-disciple-1

 
 
 

댓글 1개


명호 박
명호 박
2025년 7월 29일

우리도 ‘왕 같은 제사장’으로 살아가야 할 사명을 되새기게 됩네다 -203호 아저씨

편집됨
좋아요
 THE ARTIFACT MANIFAST: 

 

This is a great space to write long text about your company and your services. You can use this space to go into a little more detail about your company. Talk about your team and what services you provide. Tell your visitors the story of how you came up with the idea for your business and what makes you different from your competitors. Make your company stand out and show your visitors who you are. Tip: Add your own image by double clicking the image and clicking Change Image.

 UPCOMING EVENTS: 

 

10/31/23:  Scandinavian Art Show

 

11/6/23:  Video Art Around The World

 

11/29/23:  Lecture: History of Art

 

12/1/23:  Installations 2023 Indie Film Festival

 FOLLOW THE ARTIFACT: 
  • Facebook B&W
  • Twitter B&W
  • Instagram B&W
 RECENT POSTS: 
 SEARCH BY TAGS: 

© 2023 by The Artifact. Proudly created with Wix.com

  • Facebook B&W
  • Twitter B&W
  • Instagram B&W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