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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백향목

  • 2017년 2월 12일
  • 4분 분량

1)

한 나무가 태어났다. 주위의 나무들은 이 나무가 모든 나무의 왕이 될 재목임을 느꼈고, 더러는 경계를, 더러는 이 나무를 축복 하였다. 세월이 흘러 몇 해가 지났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나무가 성장이 다른 식물보다 느리기는 하다만, 이 나무의 성장은 특히나 더 느렸다. 이제, 다른 나무들은 줄기와 잎들을 뻗어 열매 맺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왕의 나무라 불린 나무는 계속 위로만 솓아 오르는 것이었다. 덩치는 커지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나무를 보며, 주위 나무들은 왕의 나무를 얕보기 시작 하였다. 단, 이 나무가 태어날 때부터 지켜 봐왔던 무화과 나무만은 나무가 놀림 받고 힘들어 할 때마다, 말을 걸며 위로해 주었다. 나무는 무화과 나무가 고마웠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가지지 못한 면을 저 나무가 가지고 있음에 한탄하곤 하였다. 나무가 무화과나무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정말 친절합니다. 당신은 나의 부모이자 스승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기쁘네. 고맙구만.”

“하지만,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째서, 다른 나무들처럼 열매 없는 나를 이리 돌볼 수 있는 겁니까? 저는 제 주변에 나무들이 나보다 먼저 아름다운 잎을 내고 열매 맺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저도 그들처럼 넓고 윤기 흐르는 잎을 피우고 싶고, 새들과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멋진 열매를 맺고 싶습니다. 선생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은 저 말고도 많은 나무들에게 본으로 살아가십니다. 어떻게 살아가야지 당신처럼 살 수 있겠습니까? 나도 당신처럼 살고 싶지만, 그렇게 살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흠, 한가지 자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네; 우선, 자네가 질문한 것보다는 자신이 어떤 나무인가 아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많은 나무들은 자신의 모습을 다른 나무들에게 보이며 ‘자신처럼 살아라!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라!’라고 암묵적으로 외친다네. 물론, 그렇게 외치지는 않네만, 자신의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게지. 문제는, 그 모습을 듣는 다른 이들의 문제일세. 그 사람처럼 살아가려 하면서, 정작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는 보지 않거든. 자신의 잎이 어떤지, 자신의 줄기가 어떤 방향으로 자라나고 있는지 보지 않지. 지금 자네의 모습도 마찬가지일세. 자네보다 나이 먹은 나는 이렇게 작네만, 자네는 이미 나보다 갑절은 큰 모습이지 않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내가 보기엔, 자네는 나보다 더 훌륭한 나무가 될 수 있네. 자네가 질문한 것만 봐도, 다른 나무와 같은 삶을 살 운명은 아닌 듯하네.”

2)

나무는 무화과 나무의 향기를 맡으며 지냈다. 자신의 온전치 못한 모습도 하나 둘 인정하며 지내게 되었고, 그 둘의 사이는 더욱 가까워져만 갔다. 세월이 흘러, 나무는 무화과 나무가 늙어 열매를 맺지도 못하고, 잎도 못 내어 말라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나무는 무화과 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몸은 어떠십니까?”

“내 힘을 쥐어짜는 느낌이네만.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겠지?”

“그런 말씀 마십시오. 아직 충분히 정정하십니다.”

“아닐세. 몇 해 전부터 계속 느끼고 있었네만, 이젠 정말 때가 된 것 같네. 내 귓가에 울리던 새들의 지저귐도 멎었거든.”

“아직 이렇게 보낼 순 없습니다. 아직 당신에게 들어야 할 가르침이 널렸습니다.”

“어리석구만. 자네는 이 지혜들이 내게서만 쏟아진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나무에서는 얻을 수 없는 열매라 착각하고 있진 않은가? 자네도 나도, 겉모습은 틀리나 같은 나무임을 지금도 인정하지 않는군. 자네는 나와 같이 동행 하면서 경험한 바가 있지 않은가? 우리가 씨앗이었을 때에, 우리를 이끈 바람이 있었다는 것을. 당부하네만, 때로는 거친 모습으로, 때로는 부드러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바람을 막지 말게나. 자네의 진정한 스승은 내가 아니야, 그 바람이지. 나는 이제 가고 자네는 남네만, 이 말만은 명심하게. 자네는 나처럼 될 순 없지만, 바람이 자네를 나처럼 살 수 있게 만들어 줄걸세. 자네는 나보다 키가 커서 내가 당연히 볼 것들을 보지 못하니, 나보다는 아래를 보는 연습을 해야 할게야.

때가 되었네. 이제, 더 이상 나를 막지 말게. 어제 날이 새기 전, 나무꾼들이 나를 눈여겨 보는 모습을 봤거든”

며칠 안가, 나무는 나무꾼이 무화과 나무를 도끼로 찍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무화과 나무는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그는 나무꾼 집안의 땔감으로 쓰였다.

3)

나무는 무화과 나무의 가르침대로 바람에 몸을 맡기며 살아가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점점 무화과 나무와 얘기하듯 바람과 얘기하며 하루를 보냈다. 세월이 흐를수록, 나무의 향은 더욱 깊어져 갔고, 그 향기를 흠모해 주변 나무들이 하나 둘 나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무는 그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이 온전히 열매 맺을 수 있게 도와 주며 그들을 돌보았다. 자신의 열매는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바람이 함께 있어 그들을 사랑으로 감싸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무는 마침내, 자신의 갈라진 잎사귀 사이에서 커다란 솔방울과 더불어 동그랗고 파란 알맹이가 열리는 것을 보았다. 나무는 자신을 잊고 즐거워 하였다. 드디어, 드디어 자신의 열매를 맺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마침내, 늦긴 하였지만, 다른 나무들처럼이나마 조그마한 기쁨을 누리겠구나 확신하였다.

그러나, 나무는 자신의 열매가 너무 높은 곳에 있어 사람들이 딸 수도 없고, 맛이 없어 새들도 자신의 열매를 피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열매를 아무도 찾지 않는 모습을 보고, 나무는 좌절하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바람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어째서 나를 이렇게 낳으셨습니까?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지내왔지만, 남들이 느끼는 조그만 기쁨조차 누리게 못하시는 것은 어찜입니까?”

바람은 대답 대신, 나무의 주위에 항상 같이 있어 주었다. 그렇기에,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나무는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다시 주위 나무들에게 향기를 내뿜었다.

4)

쨍쨍하던 해가 지고 어둑한 밤이 되었을 때, 나무는 자신을 돌아 보았다. 그리고, 요 근래, 자신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들이 자신을 보고 가늠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가 되었지만, 열매가 아까워 그 상황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었음을 나무는 알아 차렸다. 예전 무화과 나무처럼, 이젠 자신의 때가 되었음을 직감 한 나무는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그는 자신이 넘어져도 다른 나무들이 깔리지 않도록 자리를 살피었다.

다음 날이 되어 사람들이 나무를 찾아왔다. 날카로운 도끼질과 톱 질에 나무는 고통스러웠지만, 절대 그들을 향해 소리치지 않았다. 나무는 나무들과, 그리고 자신의 몸을 자르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쓰러지지 않았다. 오로지, 솔방울 사이에 간직하고 있던 그의 씨앗만이 땅에 뿌려지게 되었다. 나무의 몸을 자른 사람들은 나무를 단단히 묶은 후, 옆 나라 왕궁으로 옮기기 시작 하였다.

나무는 자신의 몸이 다듬어지면서, 거룩한 건물의 재료로 쓰이는 것을 보았다. 영원히 그 건물에 지내며 살아가게 된 나무는 그 곳의 주인의 부름에 뒤 돌아보았고, 이 건물의 주인이 자신을 돌보던 바람임을 알게 되었다. 바람이 나무의 곁을 지나며 말하였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 해 주어서 고맙다, 얘야. 앞으로 영원히 함께 하자꾸나”

나무는 바람이 자신과 끝까지 함께 하였다는 사실을 보고 기뻐 하였다. 그는 주변에 무화과 나무가 없는지 찾기 시작 하였다. 어찌나 기뻤는지, 수 많은 나무들 너머 문 바깥으로 예배가 한창인 줄도 모르고 기뻐 하였다. 성전 문 앞에선, 그 나라의 왕이 제사를 드리면서 여호와께 경배를 올리는 중이었다. 주님의 종이기도 한 왕은 이렇게 고백 하였다.

“주님께서는 캄캄한 구름 속에 계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주님께서 계시기를 바라서, 이 웅장한 집을 지었습니다. 이 집은 주님께서 영원히 계실 곳입니다.”

주님께서는, 주님께서 계시는 곳 하늘에서 들으시고, 그 이방인이 주님께 부르짖으며 간구하는 것을 그대로 다 들어 주셔서, 땅 위에 있는 모든 백성이 주님의 이름을 알게 하시고,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처럼 주님을 경외하게 하시며, 내가 지은 이 성전이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곳임을 알게 하여 주십시오. (열왕기 상 8:43)

-Feb, 12th, 2017

- 이미지 링크:

https://gardeninminutes.com/wp-content/uploads/2015/07/cedar-tree.jpg

http://bibleencyclopedia.com/picturesjpeg/solomon_prays_at_the_dedication_standin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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