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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세 형제 (2)

  • 2017년 8월 31일
  • 10분 분량

2. 유다: 관계의 굴곡과 회복

유다는 멍청하게 살아가는 첫째 형을 보며 혀를 차곤 하였다. 동물이 발정날 때처럼 몸이 끓어 올랐다면, 일할 때 몰래 다른 마을 배춘부를 찾아가면 그만이지, 그런 바보짓을 저지르다니! 자신의 머릿속으론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처럼, 유다는 르우벤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책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그의 행동은 마치 유다 자신의 타산적인 마음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떳떳치 못한 일을 숨길 줄 아는 비상한 머리, 사람을 꾀는데 타고난 그의 언변은 항시 유다에게 드러나지 않는 자신감을 주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약점을 받아들여 관찰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유익으로 바꿀 줄 아는 남자였다. 자신의 꾀로, 꼴도 보기 싫은 요셉을 이스마엘 상인들에게 팔아버린 사람 역시 유다 자신이었다. 그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여겼다. 단 하나, 아버지만 뺀다면. 유다는 자식을 편애하는 아버지가 싫었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셉의 찢긴 옷을 안으며 통곡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젖을 찾는 아기와 다를 바 없었다. 처음에는 그 모습에 요셉의 모습이 겹쳐 자신도 마음이 약해졌으나, 하루 이틀이 지나니 지금은 아버지의 우는 소리조차 지겨워졌다. 너무나 연약한 이스라엘의 모습에, 유다는 자신이 살기에 이곳은 너무 작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다른 지역에 사는 교우의 입으로부터 동업 이야기가 나왔을 때, 유다는 자신이 교류하던 이방인 친구의 제안을 별다른 고민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자신의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짐을 떨쳐 버리기에 좋은 기회였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 이스라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아버지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울고 있는 아버지 곁에는 유다의 어머니인 레아가 그를 돌보고 있었다. 며칠동안 음식엔 손도 대지 않아 지칠대로 지쳐있는 이스라엘의 모습은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

“여보, 이제 그만 슬픔을 거두세요. 그런다고 죽은 아들이 돌아오겠어요? 당신 걱정하는 다른 아이들도 봐야 할 것 아닌가요?”

“뭐라고?! 지금 내가 보낸 아들이 나 때문에 죽었는데, 당신은 이 일을 벌써 잊으라 하는거요? 당신의 아들이 아니니 그리 쉽게 얘기가 나오겠지….날 좀 내버려 두시오!”

레아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천막에서 나가는 어머니를 보며, 유다는 자신이 온 목적도 잊고 아버지에게 말을 던졌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처럼 마음이 좁으신 분이 아닙니다. 어떻게 그런 편협한 생각부터 떠오르셨는지 궁금하군요."

이스라엘은 초췌한 얼굴을 들어 유다를 쏘아보며 대답 하였다.

“네 어미의 마지막 말 때문에 그렇다. 내가 요셉 그 아이를 누구보다 사랑하여 이러고 있건만, 다른 자식 얘기를 하다니! 내 심기를 건드릴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말를 하는데 나를 희롱하는게 아니면 무어겠느냐? 죽은 네 둘째 어미는 이런 것에는 지혜로웠건만….”

유다는 혀를 찼다. 그는 그의 뱃 속에서 올라오는 악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자기 눈 앞에 있는 자, 자신의 소중한 것만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굉장히 이기적이란 생각 뿐이었다. 유다는 그에게 그동안 깊숙히 간직하고 있었던 자신의 불만을 털어 놓았다.

“아버지께서 저희 어머니를 요셉의 어미만큼 생각해 보신 적은 있으신 겁니까? 요셉이 죽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지금 당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조금은 신경써야 될 것 아닙니까!”

격앙된 이스라엘은 유다의 말에 바로 맞받아쳤다.

“네 놈은 죽은 동생을 위해 애통하는 나를 잠시도 내버려 두지 않는구나! 네가 나와 어떠한 일이 있길래, 이리도 이 아비와 동생을 미워하느냐? 너는 내 아들이고 나는 이 집에서 너를 먹이며 키워왔다. 네가 나를 적대하는 원인은 필시 너의 죄 가운데 있을 것이고 너의 욕심일 것이다!”

이 지랄맞을 늙은이가! 유다는 터질듯한 목구멍을 삼키고, 이스라엘의 곁을 떠나겠다는 자신의 마지막 말을 삼켰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하늘에 계신 분의 복을 받는 사람이 인자하지도 않을 뿐더러 독한 인성을 가진 옹고집이라. 유다 마음 속에 있던 아버지를 향한 악감정은 더욱 커져갔고, 아버지를 향한 원망은 이제 자신의 아버지를 축복 하시는 하나님께로 옮겨갔다.

빛을 가리우는 밤과 빛이 새어 나오는 새벽 시간대 사이에, 유다는 몰래 자신의 짐을 꾸렸다.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 해서가 아닌, 자신이 그들을 보기가 싫었다. 원망과 짜증만 남은 이 곳에선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존귀한 존재를 따르는 집안 임에도 사람을 편애하고 자기 중심적인 아버지에게 얽매이기 싫었고, 지 아비를 닮아 말 같은 정력으로 아비의 여인을 탐해놓고 착한 척하는 첫째 형도 볼썽사나웠다. 유다는 또 다시 이 모든 일에 염증을 느끼면서, 이런 생각들을 떨쳐내려 더욱 빨리 짐을 꾸렸다. 그는 짐을 다 챙기자마자 가족에게 전할 서신을 자신의 천막에 남겨놓고, 서둘러 그의 친구인 히라의 집을 향해 걷기 시작 하였다.

집을 떠나 길을 걷고 또 걸었다. 발이 아플 때까지 걷다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쉴 자리를 모색하려 주위를 둘러 보았다. 지칠 때까지 걷다 힘들어 잠시 쉬려고 앉은 땅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민둥산을 중심으로,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고, 땅에는 양 떼를 먹일 풀 한포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텅빈 광야 한 가운데 자신의 억눌린 마음이 폭발하면서, 유다는 자신이 이해 못하는 불공평한 하늘과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당신이 계시다면 어디 한번 나와 보시지!

저런 사람을 내 아비로 주고 내가 그리 바라던 아비의 은총은 저 시덥잖은 동생 놈한테나 주다니! 그러면서 날 되먹지 못한 장자와 막내 사이에 껴 놔?!

어디 한번 잘 살아봐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사랑하는 아버지 같으니!

너를 저주하지 못하면 내가 죽으리라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네 놈 아내의 반만이라도 내 어미를 위했더라면 내가 이러지도 않았을거다

절대로 너처럼 살지 않을테다! 저 하늘의 별들 하나 하나에 두고 맹세하건데 털 옷 한 끝이라도 네 놈처럼 살게 된다면 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테다

말을 마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유다는 그대로 숨을 고르며 쉬다가, 어둠이 가실 무렵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다시 길을 걷다보니, 야영을 한 흔적이 있는 장소를 발견하였다. 필시 이 흔적은 노예 상인들의 흔적이라. 불에 그을린 자국을 보며 요즘은 이 일이 성행인가 생각한 그 순간, 그의 마음에 언짢은 기분이 들면서 자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던 요셉이 떠올랐다. 코피를 흘리며 눈물 범벅이 된 불쌍한 얼굴이 다시 생각나니, 한껏 좋아진 기분이 다시 언짢아졌다.

‘그 놈은 내 동생이 아니었어….’

쓰라린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인하며 유다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유다의 뒤로 해가 뜨면서 그가 향하는 길을 축복하듯 비춰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앞은 그의 그림자로 빛이 가려져 있었다.

유다는 아둘람 사람 히라와 함께 아버지의 거처와 떨어진 곳에 정착하여 살았다. 그는 그곳에서 ‘수아’란 가나안 사람과 친분을 다지고, 그의 딸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 유다가 걷는 길은 탄탄대로였다. 뛰어난 수완으로 재산은 넉넉하였고, 자신의 아버지와는 다르게 한 여자만을 아내로 맞이하여 사랑하였다. 주변에서 뭐라 생각하든 상관 없었다. 유다 자신은 지금 이대로가 좋았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후회란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 와중에 태어난 첫째 아이는 그에게 있어 어느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행복이었다. 유다는 아들의 이름을 ‘에르’라 지었다. 뒤 이어 그의 아내가 다시 아들을 낳으니 기쁨이 넘쳐 아이의 이름을 ‘오난’이라 지었고, 셋째 아들을 낳았을 때는 이 행복이 계속 되기를 빌며 ‘셀라’라 이름 지었다. 아이들은 유다를 닮아 당찼고 거칠것이 없었다. 그나마 늦둥이인 셋째가 다른 두 형보다 여리고 순하였다.

시간이 흘러, 에르가 혈기왕성한 청년이 되었을 무렵, 유다는 아들의 혈기를 바로 잡아 줄 처자, 그를 좀 더 바른 길로 이끌어줄 여인을 모색하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최근 에르의 행동은 점점 자신의 손을 벗어나고 있었다. 아들에게 일을 맡겼을 때 에르는 맡은 바를 잘 수행 하였지만, 그는 자신에게 속한 사람들만을 사랑하였다. 그의 방식은 다른 이들에게 무자비하였다. 에르는 약삭빠른 머리로 장사의 판을 유리하게 이끌어갔고, 만약 그러지 못 한다면 무력을 써서라도 그리하곤 하였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예외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에르로 인해 이를 갈았다. 이런 소식이 하나 늘을 때마다, 유다는 더욱 애간장을 태웠다. 그의 첫 힘줄은 마치 자신의 젋은 시절을 보는 듯 하였으나, 악한 쪽으로 더욱 빼어났다. 이 악한 성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유다의 마음은 조급해져만 갔다. 아들의 의사는 물을 틈도 없을 정도였다. 마침내, 그는 다말이라는 여인을 찾아 내었고, 그녀를 에르와 결혼 시켰다. 그러나 아들이 변화되길 기대하던 유다의 바람과는 달리, 에르는 요지부동이었다. 아니, 그는 더욱 비뚤어졌다. 아버지의 강요로 인해 원치 않는 결혼생활을 한다 생각한 에르는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녔다. 이 사실은 부부의 관계 가운데 어렴풋이 낌새를 챈 다말을 제외하곤 유다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에르의 악함을 보셨고 그의 죄를 심판 하셨다. 그는 한밤중에 자신의 정부를 만나러 가는 도중, 그에게 앙심을 품던 무리에게 살해 당하고 말았다.

아들의 비참한 죽음으로 유다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었다. 비통해 하는 아내를 위로하느라 그의 몸과 마음은 부서질 것만 같았지만, 그는 재빨리 이 비극적인 상황을 타개 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는 눈물을 감추고 둘째 아들을 불렀다. 오난이 아버지께 나아오자, 유다가 자신의 아들에게 말하였다.

“얘야, 이 아비의 청을 들어다오. 네 형이 자식 없이 죽어 대를 이을 수가 없게 되었구나. 그러니, 네가 형수와 결혼해서, 시동생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거라. 네 형의 이름을 이을 아들을 낳아, 가문의 대가 이어지게 도와다오.”

오난은 그의 형수 다말과 동침하여,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는 듯 하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은 오로지 자신의 유익만을 탐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들을 낳은들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자신의 형이 죽어 얻게 될지 모르는 장자의 권세를 뺏기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고의로 자신의 정액을 땅바닥에 쏟아 버리고, 놀라 떠는 다말에게 이 일에 관해 입 다물고 있으라 협박하듯 경고 하였다. 아무도 보지 않았고, 말할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오난의 악함을 보셨고 그의 죄를 심판 하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마굿간에서 그가 아끼던 말이 발정이 나 날뛰기 시작하였고, 이를 말리던 오난은 흥분한 말의 뒷발굽에 차여 쓰러졌다. 그는 자신의 침상에서 고통을 호소하다가, 그 자리에 누워 죽고 말았다.

유다의 집안은 여전히 부유하였지만, 그의 가정은 파탄나고 말았다. 두 아들의 죽음으로 유다의 아내는 피골이 상접했고, 유다는 이 모든 책임을 다말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그는 다말에게 셀라가 다 클 때까지 그녀의 친정 아버지 댁에서 기다리라는 기약 없는 약조를 하여 쫓아내 버렸다. 그는 어떻게든 불행의 근원이 될만한 것들은 다 치워 내면서, 이 순간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랐다. 오랜 세월이 흘러, 유다의 이 모든 헛된 노력은 아내의 죽음으로 마무리 되었다.

아내를 장사하는 기간이 모두 끝나고, 유다는 모든 것을 잊으려는 듯이 일을 찾았다. 본래 젊은 자식들이 해야 하는 일은 이제 그의 몫이 되고 말았다. 그는 셀라에게 집을 지키라 당부한 후, 딤나로 양들의 털을 깎으러 향하였다. 걱정이 되어 동행을 자처한 히라도 그와 함께 하였다. 유다는 딤나로 올라가면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듯 하늘을 쳐다 보았지만, 그 때처럼 하늘을 향해 소리 치거나 누굴 욕하진 않았다. 아내도 잃고, 자식도 잃었다. 현재, 유일하게 남은 아들 셀라만이 그의 이성을 붙들어줄 마지막 끈이었다.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정신차려야 한다 생각 했지만, 시시각각 슬픔과 괴로움이 유다를 놓아주지 않았다. 히라도 짓눌린 유다의 마음을 아는지 가는 길 내내 침묵 하였다.

그들이 에나임 어귀에 이르렀을 때였다. 유다는 자신 앞에 앉아있는, 얼굴을 가린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젊은 여인의 눈을 보니, 가정과 아내를 돌보느라 잊고 있던 그의 악한 본능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그가 여자에게 다가가, 겉을 훑으며 말하였다.

“너와 자려 하니, 네 방으로 날 안내하거라.”

“그 대가로, 저는 무엇을 받게 됩니까?”

“내 가축 떼에서 새끼 염소 한 마리를 보내마.”

“그것을 보내실 때까지, 어떤 담보물을 제게 주시렵니까?”

유다는 조급해진 마음에 물었다.

“어떤 담보물을 주면 되겠느냐?”

그녀가 놓치지 않고 대답하였다.

“가지고 계신 도장과 허리끈, 그리고 나으리의 손에 지니신 지팡이면 됩니다.”

그의 충동적인 행동에 놀란 히라를 뒤로 한채, 유다는 여자의 제안을 수락 하였다. 그는 그 여자와 함께 허름한 방에 들어가 동침하였고, 그 후 공허한 마음만 가득 안은 채 자리를 떴다. 그는 자신의 친구에게 부탁하여 새끼 염소를 보내 자신의 물건을 찾아오게 하였다. 그러나, 히라는 그 여자를 찾지 못하였다. 이상히 여긴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여자의 행방을 물었고, 이 마을에 매춘을 하는 여자는 없다는 소식만 듣고 돌아왔다. 유다는 점점 망가지는 자신의 모습에 치욕감을 느껴 이 사실을 부정하였다. 유다가 히라에게 말하였다.

“그 딴 건 가져가라 그러지. 잘못하다가는 웃음거리만 되겠구먼. 어쨌건, 난 그 여자에게 말한대로 새끼 염소를 보냈으니 된거고, 창녀를 찾지 못해 물건을 전하지 못한 건 자네 탓일세.”

히라는 당혹감에 얼굴을 붉혔지만, 더이상 이 일로 왈가불가하지 않았다.

딤나에 일을 마치고 돌아온지 몇달이 흐른 후의 일이었다. 어느 날, 유다는 며느리 다말이 외간 남자와 정분을 나누어 임신을 하였단 소식을 들었다. 유다는 피가 거꾸로 솟아, 주변에 있던 종들에게 소리 질렀다.

“그 년을 끌어내어 불에 태워 죽여라!”

자신에게서 첫째와 둘째 아이를 데려가고도 모자라, 이제는 바깥 사람의 아이를 배었다는 소식에 유다는 이미 이성을 잃었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무기력한 감정들은 다말의 임신 소식이 불씨가 되어 그를 불태우고 있었다. 주위에서 간곡히 말리는 소리는 귀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 그런 그에게, 다말은 그녀가 붙들리기 전, 전갈을 보냈다-지금 유다의 종을 통하여 전하는 물건들의 임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그의 아기를 배었다는 내용이었다. 유다의 종이 다말의 전언과 함께, 그녀가 보낸 물건들을 주인 앞에 내놓았다. 앞에 내려놓은 물건들을 본 유다는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잃어버렸던 도장, 허리끈, 지팡이가 전부 자신의 눈 앞에 있었다. 어느새 끌려 온 다말이 그에게 외쳤다.

“잘 살펴 보십시오, 아버님! 그 도장과 허리끈과 지팡이가 누구의 것입니까?!”

유다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여태껏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삶 가운데, 이 사건은 너무나 두렵고 막중하였다. 이 일이 대낮에 자신의 사람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다말은 묶인 채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 아이의 목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하였단 말인가….그 때, 유다의 옆에 서 있던 종이 어렴풋이 사태를 눈치 채고, 넌지시 그에게 물었다.

“주인님, 명하신 대로 저 여인을 불태울까요? 저희들은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않았습니다.”

유다는 무릎 사이로 고개를 숨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종의 말은 그의 귀에 달콤하였지만, 다행히 유다의 양심이 이를 저지하였다. 기나긴 침묵이 지나고, 그가 입술을 움직여 중얼 거렸다.

“….풀어 주거라….”

“주인님?”

유다는 벙어리가 목을 쥐어짜듯이 외쳤다.

“저 아이가 나보다 의롭다! 진작에 내 아들 셀라와 결혼시켰어야 했건만!....저 아이를 풀어 주어라.”

다말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지만, 그녀의 눈길은 끝까지 유다를 향해 있었다. 유다는 자신을 노려보는 그녀의 눈길을 피하였다. 부끄러운 마음에 아무것도 보기 싫었고, 또 볼 수 없었다. 그의 마음에 후회가 가득 찼다. 유다는 자신에게 이끌리어 불쌍히 과부로 늙어간 며느리 다말과, 그런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 자신을 뜬 눈으로 보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그렇게 욕하던 하나님께서 자신의 뜻대로 올려놓은 삶 전부를 무너뜨린 사실에 절망 하였다. 이 모든 일이 남도 아닌, 하늘도 아닌, 온전히 자신으로부터 온 것임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유다는 사건 직후, 아무도 없는데로 가서 비참하게 울며 되뇌었다.

“난 내 아비의 삶을 부정하며 살아왔건만....결국, 하나도 빠짐없이 내가 욕한 모습 그대로 살아왔었구나!”

이 사실을 깨달으니, 유다는 더이상 홀로 서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얼마 가지 않아, 그는 그의 가족과 종들에게 짐을 꾸리라 명하였다. 혼자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의 종들이 유다가 그의 가족과 함께 오고 있는 것을 보고 주인에게 아뢰었다. 이스라엘은 절뚝거리며 그 방향으로 걸어갔고, 그 무리 가운데 자신의 아들을 발견하였다. 유다와 그의 식솔들은 모두 유다의 아버지 앞에 서서 인사를 드렸다. 인사를 마치고 고개는 든 유다와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스라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스라엘이 돌아온 아들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나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떠난 네가 어찌하여 돌아왔느냐? 네가 먹을 것이 모자랐다면 아비로서 너를 도와줬을 터이나, 네가 궁핍하지는 않을진데…. 너의 의도를 알고 싶구나.”

“깨달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아버지의 장막 안에서 같이 지내고자 다시 돌아왔습니다.”

순간,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듣고 놀라 의심까지 하였다. 형제 중에서도 명석하여, 자기보다 나이 많은 형들마저 자기 뜻대로 부릴 이 아이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단 말인가? 그는 유다를 향한 자신의 악한 의심을 떨치고 하나님의 손에 맡기려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네가 나를 떠나 산지가 해를 헤아릴 수 없구나. 우리가 서로 모르고 살아 온지, 어느덧 내 증손을 볼 시간을 한참 넘겼을 터. 나는 이 가운데서, 우리와 우리 조상의 하나님 앞에 너의 다짐을 고백하길 원한다. 만약 네가 주님 앞에 정결하다면, 그 분께서 너를 받으실 것이요, 주님 앞에 악한 마음을 품었다면,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나의 하나님께서 너를 벌하실 것이다.”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유다는 다시금 화가 살며시 올라왔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돌이킬 수 없던 과거를 통해 알게 된 지혜가 함께 해주었다. 그 지혜는 유다를 도와서 자신의 아버지께 다시 한번 겸허히 순종케 하였다. 유다는 자신의 온전한 가축 중 하나를 잡아서 희생제사를 드렸다. 연기가 하늘을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이스라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불타는 제물을 바라보며 유다는 만감이 교차했다. 사랑했던 아내와 더불어, 자신을 거쳐간 이들이 시시각각 그의 마음을 후벼팠다. 자신의 강퍅했던 아들 에르와 오난이 떠올랐고, 무엇보다 불길을 뚫고 다말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유다는 다시금 자신이 죄인임을 느꼈다. 그는 바로 지금, 하늘 아래 겸손케 살아 가리라는 다짐을 모든 이 앞에서 고백할 때가 왔음을 알고, 자신의 결심을 낭송하듯이 주님께 올리었다.

만고의 진리는 주 하나님을 경외함이요 내 조상이 의인으로 칭함 받음 또한 주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이라

내 아버지를 알게되며 살터

의인의 근본은 힘과 부가 아니요 믿음으로 호흡하는 자라

이제 나도 그 삶을 인정하며 살아가리니

나는 주인의 자리에서 내려와 종의 옷으로 갈아입고

주님 앞에 무릎 끓고 나아가리다

그 뒤로, 아버지와 아들은 다시 한 집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먼저, 유다는 아버지의 모습을 돌이키며 살아갔다. 주님의 지혜가 유다의 눈을 열어, 자신과 아버지의 약한 모습을 볼 수 있게 하였다. 그 모습이 처량하기도 하고 불쌍하여, 아들은 한동안 죄책감에 휩싸였다. 마침내, 유다는 인생 가운데, 자신의 큰 틀 하나를 바꿀 결심을 하였다. 그는 그 뒤로부터, 아버지 앞에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빵을 뜯는 것에서부터 일하고 잠들기까지, 아들은 남김없이 아버지와 가족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나누었다. 그런 유다를 바라보며, 이스라엘도 자신의 아들을 신뢰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아들에게 하나 둘 자신의 것들을 맡기기 시작하였고, 유다는 그 신뢰에 걸맞게 일하며 같은 신뢰로 보답하였다. 서로가 숨기는 일이 없어지면서, 그 둘의 눈이 서로 마주치더라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그들의 모습은 다른 형제들과 인척들의 본이 되었다. 마침내, 그들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유다는 자신의 아버지를 통하여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인생을 통하여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았다. 그는 하루가 지날수록 더욱 자신의 옛 마음을 내려 놓으며 옛 모습을 잊어갔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평안이 가득함을 느꼈다. 단, 유다와 그의 형들 눈에는 끝난 일인 마냥 흐릿해져 있었지만, 하나님의 눈으로 매듭지어지지 않는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그것은 요셉의 사건이었다.

유다는 그 물건들을 알아보았다.

"그 아이가 나보다 옳다! 나의 아들 셀라를 그 아이와 결혼시켰어야 했는데" 하고 말하였다.

유다는 그 뒤로 다시는 그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창세기 38:26)

- Aug, 31st, 2017

- 이미지 링크:

http://www.revelationtv.com/images/uploads/thumbnails/news/Tamar_Genesis_3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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