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세 형제(1)
- 2017년 8월 31일
- 5분 분량

*이 글을 쓸 수 있게 영감을 주신 송병주 목사님, 엄태영 목사님, 김선익 목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성경에 기초한 단편 소설입니다.
0. 이스라엘: 야곱의 뜻 (창25장26절)
지금은 이스라엘인 야곱은 굶주린 에서를 꼬드겨 장자권을 얻었고, 더 나아가 어머니와 합심하여 아버지를 속이고 장자의 축복을 물려 받았다. 그 대가로, 그의 삶은 평안을 잃게 된다. 야곱은 자신을 죽이려는 형으로부터 도망쳐, 자신의 삼촌 라반의 집에 머무르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라헬을 얻기 위해 7년간을 일하였으나, 결혼 당일까지 라헬의 누이인 레아와 결혼하리라곤 생각치도 못하였다. 그의 두 아내는 끊임없이 남편을 놓고 다투었으며, 서로의 여종을 남편에게 맡기면서까지 항상 시기하였다. 야곱과 그의 가문은 서로 속고 속이는 관계였다. 그의 조상은 그의 아버지이자 장남 에서의 고기 맛을 들인 이삭, 할아버지이자 아내를 부정하던 아브라함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여 하나님께 거역한 아담에 이른다.
1. 르우벤: 관계의 파탄
르우벤은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며 살아왔지만, 그의 곁에 아버지는 계시지 않았다. 아버지의 곁에는 늘 그의 둘째 어머니인 라헬이 있었고, 자신의 곁에는 그의 친어머니인 레아가 있었다. 어머니의 품 안에서 르우벤은 자신의 마음 한 부분이 결여되어 충족치 못함을 느꼈다.
그의 이름과는 달리, 르우벤은 활기찬 삶을 살아가려 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조용히 자신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 그의 무뚝뚝한 성격은 사람들이 쉽게 다가설 수 없게 하였지만, 후에는 그의 변함없는 모습에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르우벤의 나이가 차고 나서부터, 이스라엘은 아들에게 집안의 일을 맡기기 시작 하였다. 르우벤은 이에 말 없이 순종하며 아버지가 주는 일을 묵묵히 맡으며 살아갔다. 그에게 껄끄러울 건 존재치도 않았고, 남들이 흠 잡을 데라곤 없었다. 결과적으로, 르우벤은 아버지께 순종하는 아들이자 어머니를 보살피는 효자였다.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 디나를 하몰의 자식놈이 범하였을 때에도, 그는 아버지의 결정을 살피면서 자기 동생들과 함께 하지 않았다. 살육을 벌인 시므온과 레위에게 역정을 내는 이스라엘을 보며, 르우벤은 자신 스스로의 삶이 올바르다 여겼다.
이스라엘의 가족이 에델 망대 건너편으로 거처를 옮겼을 무렵이었다. 그 날도, 르우벤은 변함없이 자신의 일과를 마치고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일이 생각보다 늦어져 이미 노을이 일렁이고 있었고, 그림자는 늘어지듯 땅을 향해 뻗치었다. 해가 기울어 갈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어져만 갔고, 그 풍경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자연스레 주변의 그림자를 향하였다. 하나 둘 그림자를 따라나선 르우벤의 발길은 어느덧 집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버지의 천막까지 다다러서야 멈춰 선 그는 남몰래 울려 퍼지는 물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르우벤의 눈길은 부드러이 움직이는 그림자를 따라갔고, 그러다 그만 그림자의 주인인 빌하의 목욕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실수였다. 아직 결혼하지 못하여 여자의 맨 몸을 보지 못한 그였다. 그는 놀란 마음에 자리를 뜨려 하였지만, 그림자를 따라 걷던 그의 발걸음은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르우벤은 그 자리에서 아버지의 첩을 빠짐없이 바라 보았다. 그의 눈에 빌하의 몸이 아름답다 생각이 들었을 즈음, 인기척을 느낀 빌하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정신을 차린 르우벤은 행여 라헬의 여종인 그녀가 자신을 알아볼까 도망치듯 처소로 향하였다.
그 날부터, 르우벤은 그의 일상적인 생활 가운데, 자신의 변동 없던 마음을 빌하로 채워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빌하의 몸을 그리던 그의 마음에 성적인 욕심이 흘러 나왔다. 이 마음이 계속되다 보니, 예전에 가슴 깊히 묻어 두었던 아버지를 향한 불만이 스며 들었다. 더 나아가, 어머니의 슬픔과 더불어 장자이면서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의 서러움이 겹치기 시작하니 그가 막으려 해도 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슬픔이 격앙되니, 어느덧 그의 마음에 분노가 자리 잡았다. 아버지께서는 무엇이 모자라서 자신의 어머니께 드리려 딴 자귀나무도 가져가는 질 낮은 여자와 어울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온갖 생각이 뒤섞여 답답해진 르우벤은 잠을 청하였지만, 눈을 감으면 자신의 눈에 사랑스레 보였던 빌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가슴에는 어느덧 채워지지 않는 욕심이 자리잡고 있었다.
달빛 하나 없어 더욱 어둡고, 아무도 없는 듯하여 더욱 고요하던 늦밤에, 르우벤은 자리에서 일어나 몰래 빌하의 처소로 들어갔다. 불을 끄고 막 잠들려 하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그가 조심스레 말하였다.
“조용히 하거라.”
빌하는 조용하지만 거친 남성의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는 곧 그 목소리의 주인이 르우벤임을 깨달았다. 자신을 안으려 하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그녀는 사태를 어렴풋이 짐작 할 수 있었다. 두려운 마음에 빌하가 간절히 속삭였다.
“도련님, 도련님께서 이러시면 아버지께 반역 하는 것입니다! 제발 거두어 주십시오.”
그 말을 무시하듯, 그녀를 잡고 있던 르우벤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끓는 욕정을 주체하지 못한 르우벤은 결국 아버지의 첩을 범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그의 튀틀린 마음은 온갖 변명으로 자신을 변호하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자신은 잘못이 없다 끊임없이 되뇌이면서, 이 일이 아버지를 향한 자신의 복수라 여겼다. 모든 일을 아버지의 탓으로 여긴 모든 일이 끝나고, 르우벤은 제정신을 차렸다. 그는 자신이 벌인 죄악에 자책하며, 울며 떠는 빌하를 남겨둔 채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얼마되지 않아, 이 소식이 이스라엘의 귀에 들어갔다. 아버지의 종들에게 잡혀 오면서, 아들은 난생 처음 느끼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아버지의 처소에서 쫓겨나려나, 어떤 무거운 처벌을 당할까 전전긍긍하던 르우벤의 앞에 이스라엘이 서 있었다. 그러나, 그저 서 있었을 뿐, 그는 자신의 아들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만, 괴로운 기색을 띄우곤 자리에서 물러났을 뿐이었다. 어이없게도, 그것이 전부이자 이 사건의 종결이었다. 르우벤은 그 후에도 여느때와 다를바 없이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에게 고마움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살아가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첫 유산인 르우벤은 예전처럼 아버지의 집에 거하고, 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 살아갔다. 하지만, 그 둘이 다시 말을 트기까지는 긴 세월이 흘러야만 했다.
시간이 흘러, 르우벤은 아버지의 주선으로 만난 여인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었다. 자식을 키우면서 그는 더더욱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섭섭하지만 아버지 이스라엘을 인정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자신의 삶 가운데 겸손을 배운 르우벤은 동생들이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요셉을 미워할 때도, 관대한 마음으로 서로를 중보할 수 있었다. 그의 마음은 빌하의 사건 이전보다 더욱 고요하였다. 낮에는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서 가축들을 돌보았고, 쉴 때 쉬고, 먹을 때 먹을 수 있었다. 자신이 한 짓에 비하면, 지금 주어진 삶은 르우벤에게 있어서 축복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였고, 자신이 저지른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참회하며 살아가려 하였다. 자신의 동생들이 요셉을 해치려 하였을 때도, 어리석은 짓이라며 말려 막았던 이도 그였다. 그래, 그 날만 아니었다면, 그는 예전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지냈으리라. 동생들이 질투에 눈이 멀어 요셉을 해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생활은 예전처럼 평안하였으리라. 아니, 마침 자신의 가축에게 일이 생겨 구덩이에 빠진 요셉의 곁을 잠시나마 떠나지만 않았더라도, 그의 삶은 한층 가벼웠으리라. 아니, 가증스런 유다의 꾐에 넘어간 동생들이 요셉을 상인 무리에게 팔지만 않았더라면, 그래서 자신이 몰래 구덩이에 다시 돌아와 요셉을 구해 아버지께 보냈더라면, 그랬더라면, 어쩌면, 아버지와의 관계도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았을까?....그의 인생에 다시 한번 온갖 생각이 뒤섞인 채, 르우벤은 자책감에 텅 빈 구덩이를 일그러진 눈길로 쏘아 보았다.
르우벤은 동생들이 한 짓에 치를 떨었다. 동생인 요셉을 위하여, 더 나아가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를 생각하더라도 지금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었다. 자식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 방정맞은 동생들은 아직 모르리라. 그는 자신의 옷을 찢으면서 그의 동생들에게 소리쳤다.
“그 아이가 없어졌어! 난 이제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이냐?”
르우벤에게 그의 동생들이 한가지 꾀를 내었다. 그들의 교활함에 화가 치밀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긴 그는 동생들 말처럼 요셉의 색동옷을 찢고 염소 한 마리를 잡아 그 옷에 피를 묻혔다. 그들은 아버지에게 돌아가 동생의 찢긴 옷을 보여 드렸다. 이스라엘은 아들의 색동옷을 알아보고, 이에 울며 몸져 누웠다. 그의 자식들이 모두 나서 위로해 보려 하였으나, 누구 하나 아버지에게 나아갈 수 없었다. 그건 르우벤도 마찬가지였다. 요셉을 따라 죽겠다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그는 자신이 누구보다 저 사람과 가까워야 했음을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또한 너무 늦었음을 자각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이스라엘과 요셉처럼 꾸밈 없고 숨김없이 살아야 하는 사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 일을 통하여 좋든 싫든 거짓을 숨긴 채 평생을 살아가야 된다는 현실이 그의 실낱같은 희망을 무너뜨렸다. 마침내, 아버지와 자신 사이에 메꿀 수 없는 구멍이 있단 사실을 직시한 그는 아버지처럼 서럽게 울기 시작 하였다. 하나님께서 어찌 이러실까? 어째서, 아직도 자신의 죄의 댓가가 인생 가운데 도사리고 있단 말인가? 서러움과 두려움이 다시 겹치면서, 르우벤은 하나님을 향한 외침을 더욱 자신의 가슴속에 묻어 버렸다.

르우벤아, 너는 나의 맏아들이요, 나의 힘, 나의 정력의 첫 열매다. 그 영예가 드높고, 그 힘이 드세다.
그러나 거친 파도와 같으므로, 또 네가 아버지의 침상에 올라와서 네 아버지의 침상을 더럽혔으므로,
네가 으뜸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창세기 49:3-4)
-Aug, 31st, 2017
- 이미지 링크: http://thetorah.com/wp-content/uploads/2014/06/Did-Reuben-Lie-with-Bilhah.jpg
- 정보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cSQV8lT0uUw&t=12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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