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두 여인
- 2017년 12월 2일
- 4분 분량

의의 나무를 사이에 낀채, 깎아 내리는 절벽과 바다가 마주한 한 해변 마을에는, 마주 보는 두 집을 두고 두 여자가 살고 있었다. ‘하얀 여인’라 불리던 여자는 백옥같은 피부에 부드러운 금발 머리였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다른 하나는 거친 검은 피부에 꼬불머리였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집과 밭이 있었고, 뒷마당에는 제철 과일이 열리곤 하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하얀 여인의 집에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동경해 찾아 온 수 많은 시종들이 있었고, 검은 여인의 집에는 그녀가 돌봐야 할 가족들이 있었다. 하얀 여인의 이름은 많은 상인과 귀족들의 귀에 오르 내렸다. 그들은 그녀에게 돈과 지위, 값진 것들을 내어 주었고, 그녀는 그것들을 당연한 듯이 받아 들였다. 그녀가 자신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기에, 그 모든 선물들은 전부 하얀 여인, 그녀의 것이었다. 이렇게, 하얀 여인은 많은 보물에 둘러싸여 자신의 삶만 보며 살아가는 듯 했지만, 가끔 그녀와 대비되는 삶을 건넛집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창가 너머에 있는 이름 모를 검은 여인이 굳은살이 박힌 손으로 쟁기를 쥐는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안쓰러움에 혀를 차곤 하였다. 자신처럼 아름답게 가꾸길 시작 한다면, 지금이라도 충분히 아름다울 얼굴이 될 수 있을텐데….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하얀 여인의 귀에 한 소식이 들려왔다. 이 나라를 통치하는 임금님께서 자신이 사는 이 마을에 방문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계시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없기에, 깜짝 놀랐다. 어떤 분일까, 어떤 모습일까….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은 한때는 그녀의 눈을 멀게 하였으나, 결국 그녀의 마음을 채우진 못 하였다. 돈을 다스리는 이, 사람을 다스리는 자 위에 서서, 그들 전부를 다스리는 분이라니! 두렵고 설렌 마음에 들 뜬 하얀 여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어 왕을 만날 준비를 하였다. 머리를 더욱 곱게 빗고, 멋진 장신구로 정성스레 그녀의 옷을 치장하였다. 더욱 아름답게 가꾼 그녀의 자태에 마을 사람들은 황홀하여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녀도 자신의 모습에 충분히 만족 하였다.
마침내, 그 날이 오고 말았다. 왕의 시종이 나팔을 불어 왕의 행차를 알린 그 날에, 모든 마을 사람들은 각자가 하던 일들을 멈추고, 거리로 나와 왕께 절하였다. 하얀 여인은 마을 사람들과 같이 나와 절을 한 직후, 다시 고개를 살짝 들어 왕의 모습을 보았다. 처음 본 왕의 모습은 참으로 기이하였다. 그는 약하였지만 강하였고, 누구보다 작았지만 누구보다 거대하였다. 그가 타고 있던 말은 어린 나귀였지만, 붉은 빛이 감돌며 윤기가 흘렀다. 이 황홀한 모습에 빠진 그녀는 내심 왕께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조바심이 난 여인의 마음을 깨닫지 못했는지, 왕의 신하들은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마을의 중앙에 이르러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마을 사람들은 왕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 그 주위를 감쌌다. 이윽고, 기쁨의 정적 가운데, 모든 사람에게 왕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다.
“이글레시아는 어디 있느냐?”
마을 사람들은 처음 듣는 이름에 서로 수근거릴 뿐이었다. 이것은 하얀 여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러 나라의 이름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곤 하였다. 그렇기에, 처음 듣는 저 수상쩍은 이름은 그녀의 궁금증을 더욱 돋구었다. 그 때였다. 주위 사람들 사이에서 하얀 여인의 맞은 편 집에 살던 검은 여인이 일어났다. 그녀의 눈가는 촉촉하였고, 환희에 쌓여 있었다. 왕이 허름한 그녀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너는 네가 누릴 아름다움을 내려놓고, 내가 하사한 땅을 지금껏 가꾸었다. 게다가, 한 집에 사는 너의 가족을 버리지 않고 살아 왔으니, 내가 말한다, 너는 참으로 복된 여인이다. 내가 너를 더욱 영화롭게 하여 이 마을 사람들의 보석이 되게 하겠다.”
왕은 이 말을 마치고, 검은 여인의 머리에 손을 대어 그녀를 축복 하였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여인은 여전히 거칠고 시꺼먼 피부였지만, 그녀의 얼굴에 빛이 나면서 그 곳에 있던 어느 누구보다 백옥 같은 모습으로 변모 하였다. 마치 왕의 얼굴을 닮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검은 여인의 모습을 본 하얀 여인은 자신의 집 안에 담긴 갖고 있는 모든 보물들이 전부 하찮게 여겨질 정도였다. 그 모습을 바라 본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왕의 능력과 그 분의 영광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하얀 여인은 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들에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녀는 혼란과 충격으로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에 왕 앞에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 자신에게 찾아올지 모르는 이 기회, 이 만남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다행히, 왕의 신하는 왕께 나아가는 그녀를 막지 않았다. 그것은 왕도 마찬가지였다. 두려움을 눌러가며, 하얀 여인이 왕께 절하며 아뢰었다.
“왕께서 저 여인에게 주신 선물은 제가 가진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답고 보배롭습니다. 내 주께서 자비 하시다면, 저에게도 그 보석을 담아 주십시오.”
왕은 부드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하였다.
“여자야,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 너에게 그것을 줄 순 없겠구나. 지금 너의 모습을 보니-내가 너의 집에 있는 넓은 땅에 수 많은 씨앗들을 뿌리고 왔을 터인데-너의 몸에선 열매의 내음도 없고, 내가 준 너의 땀 냄새도 나질 않는구나.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너도 저 아이처럼 네가 이리 원하는 보석을 얻을 수 있단다. 그러기 위해선, 네가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 너의 손에 쥐고 있는 보화들을 모두 내려놓고, 지금 너의 집에 있는 원래의 것들을 돌보며 살아 가거라. 너에게 시중들던 이들처럼, 너의 두 손과 두 발이 네 것이 아니게 될 때에, 너는 이 선물을 얻을 자격을 갖출 것이다.”
그의 음성은 부드러웠으나, 지금껏 하얀 여인이 듣지 못하던 무거운 말이었다. 왕의 두 눈이 불타 오르듯 빛났기에, 그녀는 그 두 눈을 더이상 마주 볼 수 없었다. 하얀 여인은 떨리는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돌려 집으로 향하였다. 여인의 마음에는 고민이 가득차기 시작했고, 그녀의 뒤에서 자신을 기다리겠다는 왕의 음성은 그녀의 마음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수록 커지는 불안감에 하얀 여인은 고개를 돌려 왕과 이글레시아를 바라 보았다. 그 둘은 그녀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곳은 의의 나무가 있는 절벽 꼭대기였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왕의 신하들은 그 둘을 축복하듯 노래를 부르며 뒤따라갔다.

<솔로몬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 (여자) 나에게 입맞춰 주세요, 숨막힐 듯한 임의 입술로. 임의 사랑은 포도주보다 더 달콤합니다.
임에게서 풍기는 향긋한 내음, 사람들은 임을 쏟아지는 향기름이라고 부릅니다.
그러기에 아가씨들이 임을 사랑합니다. 나를 데려가 주세요, 어서요. 임금님, 나를 데려가세요, 임의 침실로.
(친구들) 우리는 임과 더불어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포도주보다 더 진한 임의 사랑을 기리렵니다.
아가씨라면 누구나 임을 사랑할 것입니다. (여자)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아, 내가 검어서 예쁘단다. 게달의 장막 같고 솔로몬의 휘장 같다는구나. (아가 1:1-5)

예수께서 그를 눈여겨보시고, 사랑스럽게 여기셨다. 그리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에게는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가서,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리하면, 네가 하늘에서 보화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나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울상을 짓고, 근심하면서 떠나갔다.
그에게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가복음 10:21-22)
- Dec, 2n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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