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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니고데모(4)

  • 2019년 2월 21일
  • 9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1년 7월 8일


4) 하나님은 사랑한다 (God love)

니고데모에게 말씀하신 그대로, 예수께서는 십자가에 들려 죽으셨다. 그 분께서 사람들에게 한 말들이 한치도 그릇되지 않고, 다 이루어졌다. 니고데모는 이해할 수 없었다. 메시아에게 약속된 수 많은 자손은 어디 있으며, 장수하게 될 왕의 날들은 다 어디로 떠나갔단 말인가? 모든 것이 헛되이 보였다. 자신이 지금까지 믿어오고 기다려온 것과는 달리, 메시아는 당신의 백성에게 난도질 당하고 만 것이다. 하늘과 땅이 울며 소리를 지른 날이었다. 하늘은 흑암으로 빛을 가리웠고, 땅은 절규하듯 심하게 흔들렸다. 사람들은 그 곳에서 거짓된 악인이 아닌, 하나님 앞에 선한 사람이 무고하게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구경 온 사람들과 로마 병사들마저 예수의 의로우심을 어렴풋이 느낀 마당에, 니고데모라고 모를리 없었다. 단지, 그는 예수께서 사람들의 수 많은 거짓과 조롱에도 침묵하신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셀 수 없이 많은 기적을 베푸신 분께서 당신의 죽음에 아무런 제재와 호소도 없이 괴로워 하시다 죽으셨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다른 이들도 자신들의 행동과 십자가에 달리신 이의 의로우심이 대조되어 그들의 가슴을 찔러왔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죽음에 가슴을 치면서 돌아갔다. 예수의 여인들만이 십자가 주변에서 울며 시신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니고데모는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홀로 우두커니 남아,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리를 채워 나갔다. 그는 앉을 자리를 찾아, 그 곳에 기대어 이 상황을 천번 만번 곰씹었다. 니고데모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 모든 것이 허탈하고, 가슴 속에 끓어 오르는 분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으로 침식되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저들 앞에서 예수의 이름을 옹호하였을 때? 내가 진작 그 분의 편에 서 있었더라면, 이런 일이 이리 쉽게 일어났을까? 그의 머릿속이 온갓 잡생각으로 만연한 와중에, 요셉이 그에게 찾아왔다. 니고데모는 친구의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을 마주하였다. 예수를 옹호했던 무리도 뿔뿔히 흩어진지 오래였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들의 믿음만이 그들과 함께 할 뿐이었다. 한참 동안의 정적이 지나고, 무력히 앉아있던 니고데모가 먼저 입을 떼어 그의 친구에게 말하였다.

“요셉, 내 형제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제 없네. 그 분이 잡히셨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안 것이 화근이었어….너무 늦게! 더이상 무엇이 그 분과 우리를 이롭게 한단 말인가?”

언제나 희망찬 이야기를 해주던 요셉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침묵마저 사치였기에, 무거운 정적이 지나고 얼마 안되어, 요셉이 대답하였다.

“….그저, 그 분이 죽고 난 후, 시체가 다른 죄인들처럼 쉬이 썩어 버려지는 걸 막는 게,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겠지….이 근처에 내가 나중에 쓰려고 준비해둔 무덤이 하나 있다네. 그곳에 그 분을 묻도록 하지. 빌라도 총독에게는 내가 직접 찾아가서 시신을 양도해달라 부탁하겠네.”

그 말을 들은 순간, 니고데모는 요셉을 붙잡았다. 그는 의회가 자신의 친구를 해코지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인간적인 마음에 그에게 충고 하였다.

“허나, 자네가 이 일에 나선다면, 저들이 가만있지 않을걸세.”

그 말이 부정하기라도 한 것마냥, 요셉이 바로 고개를 돌려 니고데모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살짝 일그러진 그의 얼굴은 누구에게 뻗어야 할지 모르는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자신의 벗에게 쥐어짜듯 말을 내뱉었다. 그의 말은 그의 입술처럼 처절하게 떨려왔다.

“니고데모!....그 분은 우리의 메시아였네.”

친구의 고백에, 니고데모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어떤 고백도 변명도 하나님 앞에서 정당화 될 수 없었다. 그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하나님의 영광보다 사람의 영광을 더 따르고 두려워 하였음을 인정하였다. 그렇기에, 이제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의 모습을 하나님께 숨김없이 내어 드리려 나아가길 결심한 것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후회가 막심한 그들은 예수의 시신을 장사 지내기 위한 준비를 하러,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니고데모는 자신의 종들에게 명하여, 왕 되신 예수의 장례 때 쓸 몰약과 침향을 가능한 한 많이 가져오라 얘기 하였다. 그의 종들은 주인의 명대로 근방에 있는 몰약과 침향을 있는대로 긁어 모아 왔다. 니고데모가 그것들을 섞어 수레 위에 담으라 하였고, 종들이 그 명대로 다 행하니, 백근이나 되는 양이 수레에 실렸다. 부족했다. 니고데모는 자신의 나이도 잊은 채, 물건들이 담긴 수레를 손수 끌고 다시 골고다로 향하였다. 부족했다. 무엇을 쌓아도, 어떤 짓을 하여도 터무니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내 주께 바치는 마지막 예물이건만, 이 부족하고 차오르지 않는 마음이 계속됐다. 그가 골고다 언덕에 당도하였을 때에는, 요셉이 빌라도에게 시신을 양도 받아 예수의 시신을 내리고 있는 중이였다. 니고데모도 자신의 친구에게 다가가 예수의 장례를 돕기 시작 하였다. 해가 지면 곧 안식일이였기 때문에, 그들은 예수의 지인들에게 허락을 구하고 서둘러 장례를 진행하였다. 그들은 니고데모가 가지고 온 향료와 함께 요셉이 사온 삼베로 예수의 시신을 감쌌다. 그렇게 감은 시신을 수레에 싣고, 그들은 예수의 시신을 요셉의 새 무덤에 안장하였다. 깨끗한 관도 없이, 슬퍼하는 지인들의 행렬도 없이, 아무런 축사나 축복의 조문도 없이, 나사렛 예수께서는 이름 없는 부자의 동굴에 묻히셨다.

니고데모는 자신이 지금까지 느꼈던 공복감이 아닌,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갈증으로 목말라 하고 있었다. 그 갈증이 무엇인지는 골고다에 있는 십자가에 다다랐을 때에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예수의 시신이 아직 그곳에 매달려 있었다. 이미 늦었다는 후회가 목구멍에서 차오르는 걸 간신히 삼키고, 그는 유대인의 왕이 달리신 십자가 앞에 서게 되었다.

‘나는 존귀하신 하나님 앞에 씻을 수 없는 죄인이 되었구나....!’

요셉과 같이 장례를 치르는 도중, 니고데모는 예수의 시체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눈은 고통으로 뒤집혀져 있었고, 발가락은 경련으로 살짝 비틀어진 채 꺾여 있었다. 갈비뼈 사이로 하얀 비계와 창자가 피에 범벅이 되어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갑자기 그의 마음이 저려오기 시작하였다. 창자가 쥐어짜듯 뒤틀리고, 가슴이 난도질 당하는 듯 하였다. 예수의 비참한 모습을 목격한 니고데모는 무너져 내렸다. 내 주의 오심을 예비하는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마침내 당신의 백성에게 찾아 오셨으나, 환영은 커녕 비웃음과 저주만 받고 가장 비참하게, 가장 저질스러운 방법으로 죽고만 메시아. 이제는 그 분의 주검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자신을 향한 원망이 가득찼다. 남들을 바라보며 그릇된 길을 간다 여겼던 자신도 그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살아있는 이 분과 조금만 더 말을 나눌 수 있더라면, 내 그 무엇을 바친다 한들 아깝지 않으련만!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항시 뒤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그의 친구 요셉은 주 앞에서 그보다 더 용감 하였고, 자신은 존귀한 분 앞에 한없이 천한 죄인일 뿐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다 자신이 바라는 하나님을 찾고 있었다. 그 사실은 니고데모 자신에게도 포함되는 말이었다. 장례 구절을 입에서 읊조리던 니고데모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예수의 장례 가운데, 자리를 지키던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마찬가지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예수의 시신 곁에는 고인을 치장할 그 어떤 물건도 존재치 않았다. 그 분께는 당신의 것이 이 땅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었다.

"나의 종이 매사에 형통할 것이니, 그가 받들어 높임을 받고, 크게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전에는 그의 얼굴이 남들보다 더 안 되어 보였고,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상해서,

그를 보는 사람마다 모두 놀랐다. 이제는 그가 많은 이방 나라를 놀라게 할 것이며,

왕들은 그 앞에서 입을 다물 것이다. 왕들은 이제까지 듣지도 못한 일들을 볼 것이며,

아무도 말하여 주지 않은 일들을 볼 것이다."

우리가 들은 것을 누가 믿었느냐? 주님의 능력이 누구에게 나타났느냐? 그는 주님 앞에서, 마치 연한 순과 같이, 마른 땅에서 나온 싹과 같이 자라서,

그에게는 고운 모양도 없고, 훌륭한 풍채도 없으니,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모습이 없다. 그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고, 버림을 받고, 고통을 많이 겪었다. 그는 언제나 병을 앓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에게서 얼굴을 돌렸고, 그가 멸시를 받으니, 우리도 덩달아 그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실로 우리가 받아야 할 고통을 대신 받고, 우리가 겪어야 할 슬픔을 대신 겪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징벌을 받아서 하나님에게 맞으며, 고난을 받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고, 그가 상처를 받은 것은 우리의 악함 때문이다.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써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매를 맞음으로써 우리의 병이 나았다.

우리는 모두 양처럼 길을 잃고, 각기 제 갈 길로 흩어졌으나, 주님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지우셨다.

그는 굴욕을 당하고 고문을 당하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마치 털 깎는 사람 앞에서 잠잠한 암양처럼, 끌려가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체포되어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그 세대 사람들 가운데서 어느 누가, 그가 사람 사는 땅에서 격리된 것을 보고서,

그것이 바로 형벌을 받아야 할 내 백성의 허물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느냐? 그는 폭력을 휘두르지도 않았고, 거짓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악한 사람과 함께 묻힐 무덤을 주었고, 죽어서 부자와 함께 들어가게 하였다. 주님께서 그를 상하게 하고자 하셨다. 주님께서 그를 병들게 하셨다. 그가 그의 영혼을 속건제물로 여기면,

그는 자손을 볼 것이며, 오래오래 살 것이다. 주님께서 세우신 뜻을 그가 이루어 드릴 것이다. "고난을 당하고 난 뒤에, 그는 생명의 빛을 보고 만족할 것이다. 나의 의로운 종이 자기의 지식으로

많은 사람을 의롭게 할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받아야 할 형벌을 자기가 짊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가 존귀한 자들과 함께 자기 몫을 차지하게 하며, 강한 자들과 함께 전리품을 나누게 하겠다.

그는 죽는 데까지 자기의 영혼을 서슴없이 내맡기고, 남들이 죄인처럼 여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많은 사람의 죄를 대신 짊어졌고, 죄 지은 사람들을 살리려고 중재에 나선 것이다."

(이사야 52:13-53:12)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비루한 바리새인이자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이었고, 하나님의 말씀에 무지한 신학자였다. 그렇기에, 그의 주변은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일들로 점철되곤 하였다. 그는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자신의 선한 행동이 선한 열매가 맺어지는 일이 없고, 자신의 공의가 주님께 합당치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젊었을 적 하나님의 말씀을 열정적으로 가르치던 율법교사였던 이 남자는 이제 막을 수 없는 시간에 몸을 맡기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바리새인들의 허울 좋은 모습 사이에 있는 자신을 목격하고, 이에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중이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된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자신의 주변 사람은 물론이요, 하나님께 열납되어질 수조차 없다는 사실을, 자신으로 인해 예수의 진실이 바뀔일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니고데모였다. 자신의 이름과는 달리, 그는 세상을 이기지 못한 자였다.

예수의 죽음 직후 벌어진 천재지변과 성전의 휘막이 찢기는 사건 등 기이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 가운데, 어떤 이들은 불안감에 마음 졸이며 예전 자신들이 평범히 살던 곳으로 돌아갔고, 어떤 이들은 여전히 예수의 잔당들을 걱정하며 지냈다. 특히, 이리와 같은 가야바의 무리들은 예수의 제자들을 경계함과 동시에, 예수를 지지하였던 무리 또한 주시 하였다. 예수를 옹호하였던 사람들은 두려움과 절망감으로 숨 죽이듯 지내었다. 그들이 언제 문책을 당하고 공회에서 쫓겨날지, 돌을 맞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예수의 지지자 중 하나였던 니고데모도 이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안식일 이후로, 단 한번도 자신의 집에서 나가지 않은 채, 그의 방에 틀어박혀 지냈다. 사람들은 그가 저지른 일로 두려워 하여 숨어 지내는가 생각하였지만, 니고데모의 두려움은 더욱 깊은 곳에 존재하였다. 자신은 메시아의 죽음을 방관한 살인자라는 사실이 머릿 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아직도 그의 손에 시신의 감촉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니고데모가 자신의 집 안방에 숨어 지낸지 어느덧 며칠이 흘렀다. 니고데모의 안방은 더이상 낮에 창문을 열지도 않고, 밤에 등불을 피우지도 않았다. 기름이 동이 난 등잔과 같이, 그의 몸과 영혼은 칠흙같은 암흑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니고데모의 삶은 남들이 보기에도 끝장이 났다 한들 과언이 아니었다. 예수의 시체를 요셉과 같이 장사지냈다는 소식은 이미 다른 지도자들의 귀에 들어간지 오래였고, 자신을 알게 모르게 점점 옥죄여 오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니고데모는 자신의 정죄 가운데 그 어떤 즐거움도 가질 수 없었다. 떡에선 썩은내가 나는 듯 하였고, 포도주를 마시면 뱃 속 깊숙히 독한 악취가 올라왔다. 집 바깥 사람들의 대화는 자신의 죄를 고발하는 목소리인 마냥 들렸다. 이제는 조그만 일도 감당키 어려웠기에, 집 안에 숨어 지내는 것이 그나마 그에게 있어서 최선이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 기도 하기가 두려워졌고, 예배드릴 엄두가 나질 않았다. 니고데모는 이제 곧 다가올 그의 마지막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두 눈으로 메시아의 최후를 지켜 보았던 그에게, 이 세상은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주 하나님을 경외함이 가장 현명한 지혜이거늘, 하나님을 저버린 다윗의 아들처럼 이리도 어리석었던 말인가!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자신이 죽어 하나님 앞에 용서와 자비를 구하는 길 뿐이었다.

‘하나님께서 과연 나 같은 이를 용서 하실까? 아니, 바라 보기는 하시려나?!’

하나님의 아들이 죽임을 당했는데, 부활을 상징하는 세마포가 대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며칠전만 하더라도 주님께 영광 돌리며 찬송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꿈처럼 느껴졌다. 주님의 구원을 기다린 이들은 그 분을 알아보지 못하였고, 적대하는 자들은 그를 거부하고 시해하였다. 죽음이 이토록 가까운 적이 없었기에, 니고데모의 몸과 마음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떨려왔다. 언제, 자신이 저지른 일로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지 모를 일이었다. 자신의 영혼을 하나님께 맡길 염두도 나질 않았기에, 그를 감싸고 있는 이 절망감은 새 날이 밝아와도 그에게서 떠나가지 않았다. 시간이 이대로 멈추어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였지만, 어두운 저녁은 자신을 반기듯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었다. 혼자만 남은 이 곳에 기쁨은 보이질 않는다. 집안 식구들과 종들은 하나 둘 잠자리에 들기 시작하여, 고요한 적막만이 니고데모를 반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달빛도 없어 방 안은 밤보다 캄캄하였고, 방 안의 창문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별빛만이 그를 몰래 지켜보고 있을 뿐, 어느 누구도 고개를 들지 않던 밤이었다. 바로 그 때였다.

‘저벅….’

사람 하나 없어야 할 바깥 마당에서 바람이 불 듯이 인기척이 났다. 니고데모의 놀란 가슴이 두려움으로 요동쳤다. 지금, 이 시간에 자신의 집에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그는 조심스레 방 문을 열어 누가 있는지 살피었다. 하늘에는 수 많은 별들이 여전히 반짝이며 그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바깥 뜰에는 한 사람이 여전히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기에, 니고데모는 두려운 마음에 가슴 졸이며 그에게 물었다.

“자넨 누군가? 가야바가 보낸 사람인가?!”

하늘을 향하던 눈길이 니고데모에게 닿았다. 이윽고, 익숙한 목소리가 니고데모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니고데모, 나의 형제여, 이제 더 이상 숨어 있을 필요가 없으니 걱정 마시오.”

Epilogue)

세상에 속한 사람들은 예수의 죽음에 기뻐하고 춤추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웠다. 그들은 두 해와 달이 뜨고 질동안 자신들을 환히 비출 빛이 없음에 기뻐하였고, 모든 주님의 자녀된 하나님의 백성들은 메시아의 죽음에 슬퍼하며 절망에 빠져 살아 왔다. 하지만,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태양을 그리워하며 집과 동굴에 틀어박혀 전전긍긍 하던 이들에게, 죽음에서 부활하신 분께선 그들에게 당신을 알리시고 하나님의 영원한 승리를 나타내셨다. 이로써, 주님께서는 당신을 통하여 아버지의 백성을 한명도 남김없이 구원해 내실 약속을 확증하신 것이다.

니고데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형체가 있는 말씀은 늙어 눈가가 흐릿한 그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고 있었다. 니고데모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믿을 수 없었다. 다시는 듣지 못할 목소리였건만, 지금 그의 귀에 이리 뚜렷이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목소리만큼이나 생생하게, 지금 그의 앞에는 예전처럼 자신을 향해 손을 내미는 인자께서 그를 기다리고 계셨다. 이 기쁨을 견뎌낼 하나님의 백성은 없었다. 마침내, 니고데모는 자신의 안방을 뒤로 한채, 그의 주님께 나아갔다. 집 위에 떠 있는 하늘의 별들은 그들을 향해 더욱 반짝이고 있었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이셨다. 그는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로 말미암아 창조되었으니, 그가 없이 창조된 것은 하나도 없다.

창조된 것은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다. 그 이름은 요한이었다. 그 사람은 그 빛을 증언하러 왔으니, 자기를 통하여 모든 사람을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그는 그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참 빛이 있었다. 그 빛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다. 그는 세상에 계셨다. 세상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났는데도, 세상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가 자기 땅에 오셨으나, 그의 백성은 그를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맞아들인 사람들, 곧 그 이름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이들은 혈통에서나, 육정에서나, 사람의 뜻에서 나지 아니하고, 하나님에게서 났다. 그 말씀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주신, 외아들의 영광이었다. 그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 (요한은 그에 대하여 증언하여 외쳤다. "이분이 내가 말씀드린 바로 그분입니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 나보다

앞서신 분이라고 말씀드린 것은, 이분을 두고 말한 것입니다. 그분은 사실 나보다 먼저 계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의 충만함에서 선물을 받되, 은혜에 은혜를 더하여 받았다.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받았고,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생겨났다. 일찍이, 하나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버지의 품속에 계신 외아들이신 하나님께서 하나님을 알려주셨다.

(요한복음 1:1-18)

- Feb, 21st, 2019

- 이미지 링크:

- BGM: Look to the stars, Abraham

- Jun, 9th, 2021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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